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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땡책 주요활동/길잡이 독서회

배틀그라운드 두 번째 시간 정리 by 탤탤


안녕하세요. 탤탤입니다.


지난 독서회 시간에 부지런히 기록을 해놓긴 했는데, 기침과 맞서 싸우다가 넋이 나가있었던 터라 기록이 엄청 엉망이더라구요. (여러분 감기조심하십셔...) 그나마 남은 기억과 기록을 바탕으로 정리해볼게요.


두번째 길잡이 독서회 시간은 <배틀그라운드> [인권과 보건의료의 관점에서 본 임신중지] 편을 써주신, 산부인과 전문의 윤정원 선생님께서 오셔서 많은 설명을 해주셨는데요, 아무래도 현직 의사선생님께서 오셨기 때문인지 참여하신 분들께서 실제 임신중지와 관련된 의학 정보에 대해 질문이 많았습니다.


책에서도 언급되었듯, 수련의 과정 중에 낙태에 관련된 학습과 실습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는데요, 사실상 예외적인 사유를 제외한 낙태가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기에 의료인들조차 수련의 과정 중에서 낙태에 대한 학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때문에 여성들은 자신의 몸과 상황에 맞는 임신중지를 위한 각종 의료적 조치들(약, 수술..)을 받을 수 없는 상태에 놓이게 되죠. 가령, 임신 초반엔 약물을 통해 충분히 안전하게 임신중지를 할 수 있지만, 제때 약물을 구하지 못해 수술적 방식으로 임신중지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낙태를 할 수 있는 병원을 찾지 못한 여성은 브로커를 통해 불법적인 방식으로 비싼 돈을 지급하고 목숨을 건 위험한 선택을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현재 한국에서는 세계보건기구가 발행하고 있는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가이드라인’은 번역조차 되고 있지 않다고 하구요. 낙태죄로 인한 이 모든 위험과 피해는 오롯이 여성들이 감내하고 있습니다.


임신중지를 위한 약(일명 미프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약물로 인해서 임신중지가 가능하게 된 것은 제 생각엔 또 한 번의 ‘혁명’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린시절부터 성교육 보다 먼저 배웠던 ‘낙태에 대한 공포’가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되어 있었고, 때문에 낙태라는 것은 엄청난 고통이 있고 위험한 수술일 것이라는 선입견, 또한 과도한 죄책감이 뒤따라오기 마련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이 미프진이라는 약물이 가져온 변화라는 것이죠. 보다 안전한 방법으로 ‘낳지 않을 권리’를 선택하는 것, 태어나지 않은 생명에 대한 책임감으로부터 여성 스스로를 분리시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는 지점이었습니다. (덧. KBS <거리의 만찬> [천 개의 낙태]에서 윤정원 선생님께서 이 ‘낙태비디오’에 대한 오해와 왜곡에 대해 이야기 해주셨어요.)


마지막 부분에서는 ‘낙태죄에서 누구를 타자화하는가’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현행 모자보건법에 따르면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낙태를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고, 낙태죄 폐지 청원에 대한 조국 민정수석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낙태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장애나 가난으로 ‘낳을 권리’를 침해받는 것은 자연스럽게 이해될 수 있는 일일까요? 임신 중지에 대해 법적인 규정과 의학적 기준을 논의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이 논의 과정 중에서 누구를 배제하고 누구를 선택하고 있는지, 우리 스스로 가지고 있는 경계는 무엇인지 묻고 고민해봐야 합니다. 또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여성이 원하는 경우” 낙태가 가능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 정책과 문화가 함께 바뀌어 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겠죠. (이 이야기는 <배틀그라운드> 중 [섹스 없는 임신, 임신 없는 출산], [건강한 국가와 우생학적 신체들] 부분에서 보다 자세히 다루고 있고, 남은 독서회 시간에 깊이 있게 이야기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외에도 윤정원 선생님께서 출연하셨던 KBS <거리의 만찬> [천 개의 낙태] 프로그램에 대한 소회, 임신 중지와 관련된 의료 현장에 대한 이야기, 건강 보험, 검은 시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첫 시간에는 어떻게든 낙태죄가 위헌 결정을 받고, 낙태죄가 폐지되어야 된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했는데, 두 번째 시간엔 낙태죄폐지의 문제를 좀 더 입체화시켜서 생각해보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왜 이렇게 여성은 힘겹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생각하면 그나마 없는 기운마저 쏘옥 빠지기 십상이지만, 책을 읽으며 독서회 시간에 이야기 나누다보면, 어느새 또 싸울 수 있는 에너지가 뿜뿜 충전되곤 합니다. 그만큼 땡땡책 길잡이 독서회시간은 열기가 활활 타오르고 있어요. (분노인가....) 남은 세 번째, 네 번째 시간도 기대하며 부지런히 <배틀그라운드>와 씨름해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윤정원 선생님의 글로 오늘 후기를 정리해봅니다.


생명권 대 선택권의 이분법으로 임신중지 이슈를 바라보기는 쉽다. 그리고 생명은 너무나도 강력한 가치이기 때문에 어쩌면 그 답은 정해져 있다. 하지만 임신이 일어나고 있는 여성의 몸, 삶, 시간은, 그리고 인생의 어떤 시점, 어떤 환경에 있는지는 그 이분법만으로 설명될 수 없다. 어릴 적 성폭력으로 인한 원치 않은 임신을 인공유산으로 종결했던 여성이, 결혼 후 난임으로 찾아왔다. 여러 번의 인공수정 끝에 커플은 기다리던 임신에 성공했다. 임신 16주, 혈액 기형아 검사상 다운증후군이 의심되었다. 가이드라인대로 양수 검사를 권유했으나, 여성은 고민 끝에 다시 찾아와 검사를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본인은 임신을 유지할 것이기에 양수 검사가 필요 없다고. 그렇다면 이 여성은 생명 옹호론자인가 선택권 옹호론자인가. 인생의 어떠한 지점에서 어떤 선택을 내리는지는 스펙트럼과도 같다. 본인과 가족의 삶과 건강을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고민하고, 가장 적절한 답을 내릴 수 있는 것은 여성 자신이며, 그 결정은 생명과 선택의 이분법으로 다 설명되지 않는다.

<배틀그라운드> [인권과 보건의료의 관점에서 본 임신중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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