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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연재마당/내 주제에 무슨 요리 by 박영길

1편 “미워도 다시 한번, 닭개장”

(2013년 12월에 작성된 글입니다)


나에게 닭개장은 그닥 땡기는 요리는 아니다. 할 수 없이 하거나 아니면 어쩔 수 없이 하거나. 처음 요리에 대한 글을 청탁받았을때는 어렵지 않게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쓰려니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까 막막해지면서 금세 후회하는 마음이 몰려왔다. 괜히 요리 글 쓴다고 나섰다가 스스로의 신세를 달달 볶는구나 싶어졌달까?

뭘 쓰지? 어떤 요리, 어떤 레시피를 이야기해야 하지? 내 주제에 감히 누구에게 요리법을 가르쳐준다는 게 말이 돼? 이렇게 한참을 망설이다 약속한 기간이 다가오니 더 늦출 수도 없을 듯해서 거의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선택한 게 닭개장이다.

닭개장은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육개장과 비슷한 요리다. 육개장이 소고기를 우려낸 국물을 기본으로 하듯이 닭개장은 닭육수를 기본으로 해서 만드는 일종의 국밥종류라고 생각하면 될 듯싶다. 요리법 자체도 어렵지 않아서 우선 닭개장을 끓이려면 넓은 솥에 원하는 만큼 닭을 넣고 한소끔 끓여서 첫 국물은 버리고 다시 물을 넣고 오랫동안 푹 삶아주어야 한다.

내가 처음 닭개장을 요리로 접한 건 어머니 때문이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에도 지금처럼 무척 가난했는데 당시 스승의 날만 되면 학교 운동장에서 선생님들과 학부모 대표들이 모여서 일종의 사은회 같은 회식을 했었던 것 같다. 나름 공부 잘하는 아들내미를 둔 덕에 우리 부모님도 항상 이런 모임에 초대되곤 했는데 당연하게도 학부모들끼리 돈을 각출해서 선생님들의 선물이나 행사 비용으로 쓰곤 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당시 돈이 없던 우리 집은 매년 돈 대신에 각종 요리를 도맡아 했었는데 그중에 매년 반복해서 했던 게 이 닭개장 요리였다.

새벽부터 어머니가 가마솥에 물을 잔뜩 넣고 닭 대여섯 마리를 푹 삶으셨다. 그리곤 푹 삶아진 닭을 꺼내시고는 졸려서 눈도 제대로 못 뜨는 나랑 누나를 깨워서 닭뼈에서 살을 바르는 일을 시키시곤 했었드랬다. 그렇게 발라진 고기는 따로 양념에 재우고 닭뼈는 국물에 더 넣어서 좀 더 진한 육수를 우려내었다.

당시 생각해보면 난 참 싸가지 없던 놈이라서 그런가 죽기보다 그런 일들이 싫었다. 부모님이 이런 요리를 해서 선생님들께 가져다 바치고도 굽신굽신하는게 싫었고, 다른 집처럼 돈 내고 당당하지 못한 부모가 싫었고, 새벽에 일어나 이런 일 하는 내 자신이 싫었고, 다른 친구들 다 스승의 날이라고 집에서 노는데 나만 학교에 잡혀가 닭개장 솥을 맡아 눌지 않게 저어주다가 국밥 그릇에 닭개장 퍼주는 내가 싫었었다. 아니 그땐 죽기보다도 닭개장이 싫었었다. 그래서 어머니에게 바득바득 대들다가 부지깽이로 몇 대 맞고도 안 하겠다 맞서다가 이윽고 어머니가 한숨에 눈물에 신세한탄조로 나오시면 백기투항하고 솥단지를 도맡아 일해야 하는 내가 죽기보다 싫었었던 것 같다.

그렇게 몇 년을 하다보니 어느 순간 마법처럼 어머니가 닭개장을 하실 때마다 옆에 있게 되었고 뭐 어찌어찌하다보니 자연스레 요리법을 익히게 된 것 같다. 더 웃긴 건, 아니 더 슬픈 건... 이렇게 적응하다보니 나중에 어머니는 가을운동회 때 아예 장사를 하신 적이 있었다. 어이없게도 아주 자연스레 학교운동회에서 한쪽 구석에 노점을 차리고 솥을 걸어놓으시는 어머니를 보고는 어이없어 눈물이 날 것 같으면서도 꾸역꾸역 솥단지에 붙어 앉아 큰 국자를 휘휘 젓고 있는 나의 모습이란... (이날 밤새 울며불며 시위한 덕에 운동회날 노점은 다행스럽게도 그날 이후로 안 하셨다.)

웃긴 건 이 닭개장은 많은 인분의 요리를 할 때 특히 용이한데 닭 몇 마리만 있으면 몇백 명도 끓여 먹일 수 있다는 전설의 요리이기도 하다.ㅎ 이건 아무래도 진한 닭육수에 닭고기보다 많은 부재료들을 섞다보면 요리의 양이 거의 무한정 늘어나는 덕이다.

가령 예전에 처음 사회단체에서 상근할 때였다. 당시 내가 일하던 사회단체는 거의 모든 회원이 나의 선배 그룹이었던 관계로 처음 상근하는 나는 매일 혼나기 일쑤였다. 특히 당시 내가 무서워하던 여자 선배의 “넌 머리 쓰면 뇌가 터져서 죽냐?”는 어이없는 갈굼에 만날 한숨으로 지새우던 시절이었는데 어느 날 야외에서 회원 체육대회를 준비하게 되었다. 당연히 이번에야말로 칭찬을 왕창 받아야겠다는 굳은 결심을 했더랬는데 그때 고민고민하던 끝에 선택한 게 우습게도 닭개장이었다. 그렇게 싫어했지만 딱히 다른 요리가 생각나질 않아서 거의 무의식처럼 준비했던 것 같다. 결과는 대성공이랄까?ㅋㅋ

당시 회원 체육대회를 하는데 준비할 식사량이 대략 100인분 정도 되었다. 밥이야 방앗간에다가 맡기면 되었는데 아무래도 음식까지 맡기기에는 재정이 충분치 않아서 결국 상근자들이 하기로 하였는데 그때 선택한 게 닭개장이었다. 재정이 넉넉치 않은 관계로 넓은 가마솥에 닭 세 마리를 삶아서 닭개장을 끓였는데 아마도 참여인원 다 먹고도 한 20인분 정도 남았던 것 같다.

이런 마법이 가능한 건 육수의 양에 있는데 쉽게 생각해서 처음 육수를 잡을 때 물을 많이 잡으면 될 것 같지만 그렇게 하면 맛있게 되질 않는다. 처음엔 적당량을 잡아서 끓이고 끓이면서 계속 뜨거운 물을 보충하면서 계속 팔팔 끓이는 게 중요하다는 거다. 이렇게 하다보면 진짜로 신비의 솥처럼 끝없이 나올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ㅎ 여튼 난 이 닭개장 덕에 아마도 처음으로 선배들에게 칭찬을 받았던 것 같다. 그리고 이때부터 아마도 많은 인분의 요리에 대한 자신감 같은 게 생긴 게 아닌가 싶다.

요리라는 게 요즘 일종의 트렌드처럼 대단하게 받아들여지지만 난 동의하지 않는다. 요리란 어차피 어떤 상황에서든 누군가의 삶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닭개장같이 특별할 것도 또 유별날 것도 없지만 어머니에겐 스스로 구차해 보일 수도 있지만 자식놈을 위해 혹은 살기 위해 해왔던 어떤 노동이기도 하고, 나에겐 죽기보다 싫었었지만 내가 현재의 삶을 살도록 힘을 주기도 했던 요리이기도 한 것처럼 말이다.



 니 맘대로 해라 「닭개장 레시피」

  • ① 닭개장이니 닭이 필요하구요. 여기에 데친 느타리버섯, 삶은 고사리, 대파, 다듬은 콩나물이나 데친 숙주나물 등으로 만든 야채건더기를 넣어줍니다.’ 대략 데친 종류의 나물을 마지막에 넣어준다고 생각하면 되니까 아무거나 넣어주기만 하면 되는 듯싶고 심지어 무 같은 걸 넣어주어도 무난한 편이지요.

  • ② 양념이 문제인데 보통은 느타리버섯도 그렇고 나머지 야채들도 대개는 미리 데쳐서 사용하므로 국물 맛에 영향을 주진 않아요. 각종 야채건더기를 만들 것들을 모아서는 고추장 약간에 고춧가루, 마늘, 집간장, 참기름을 넣고는 조물조물 무쳐주시면 되어요. 참고로 고추장을 적게 넣어야 맛있어요. 대개 한식요리에서 국물요리에 고추장은 매우 조심해서 넣어야 맛을 잡을 수 있답니다. 쉽게 생각하면 무쳐놓은 야채건더기를 먹어보시고 ‘음 매콤하니 맛있군’ 하는 정도면 될 듯싶더라구요.

  • ③ 발라놓은 닭고기 살도 미리 양념에 재우는데 먹기 좋게 발라놓은 살에 고춧가루, 마늘, 소금으로 간해서 조물조물하면 되어요. 저희 어머니는 이렇게 야채건더기와 닭고기살을 따로 무쳐놓는데 저는 이게 무척 귀찮아서 대개는 한꺼번에 해놓는 편입니다. 어머니는 따로 해야 맛있다고 하시지만 뭐 같이 해도 그닥 맛 차이가 느껴지지 않으니까 그냥 함께 조물조물 무쳐버리세요...ㅎ

  • ④ 여튼 대략 육수가 보글보글 끓으면 건더기 넣고 푹 끓여주시면 완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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