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친구출판사의 새 책/문학

일러바치는 심장

정가 11,500원

 

괴이하고 음산한 분위기, 불안과 광기로 가득한 심리 묘사로

근현대 환상문학과 추리문학을 창시한 에드거 앨런 포의 세계를

가장 시의적절하게 반영한 새로운 번역판!

 

▶ 책 소개

 아서 코넌 도일의 셜록 홈스’, 모리스 르블랑의 괴도 루팡

‘에도가와 란포’라는 필명, 그리고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

레이먼드 카버의 빛나는 단편들, 스티븐 킹이라는 하나의 세계

이 모두는 에드거 앨런 포로부터 비롯되었다!

 

세 번째 까마귀, 우연적 필연 혹은 필연적 우연

사다리타기는 아무렇게나 맘 가는 대로 직선과 사선을, 때로는 곡선을 교차해 그려 각기 다른 출발점에서 시작해 반드시 다른 도착점에 도달하는 마법 같은 놀이다. 우리 삶의 비유이기도 할 이 마법을 우리는 우연적 필연 혹은 필연적 우연, 좀 더 정확히는 우연의 필연성 혹은 필연의 우연성이라 부르곤 한다. 그리고 그렇게 문득 시리즈의 처음 세 권은 공교롭게도 까마귀 트릴로지가 되었다. 첫 번째, 하늘 위에서 두려운 세계를, 세계의 공포를 조감하던, 아니 오감하던 까마귀의 주인 이상. 두 번째, 어둡고 우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위트가 넘쳤던 매혹적 상징주의의 창조자 프란츠 카프카-까마귀라는 뜻의 성을 가진. 그리고 세 번째, 우리가 새롭게 만나려 하는 이는 아무도 가보지 못했던 문학의 길을 만들었지만 ‘그뿐(낫씽 모어)’, ‘네버 모어’를 반복하는 한 까마귀 앞에서 “벗어나지 못하리라, 다시는 못 하리라!” 외칠 수밖에 없었던 에드거 앨런 포다. 전혀 다른 공간에서 전혀 다른 문학적 세계를 창조했지만, 위대한 세 작가는 우리에게 까마귀라는 이름과 함께 날아왔다, 우연이지만 필연적으로. 그리하여 이제 문득, 세 번째 까마귀에 대해, 세 번째 까마귀의 노래에 대해 전하게 되었다.

그런데 잠깐. 우리의 세 번째 까마귀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은, 그의 소설의 본령인 단편소설은 그 작품 수가 얼마나 될까? 무려 70여 편이다. 물론 그리 많은 수는 아니다. 그럼에도 ‘무려’라고 말한 이유는 우리들이 기억하는 포의 작품에 비해 그 수가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검은 고양이>, <어셔가의 몰락>, <황금 벌레>, <붉은 죽음의 가면> 그리고…… <도둑맞은 편지>. 대개는 이 정도의 작품으로 포를 읽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정도의 작품만으로 포를 읽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무려 70여 편이라니. 그래서 누구나 알고 있는 작가지만 한 번도 읽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글文을 얻을 수 있는得 기회를 나누고 싶은 것이다. 그가 다름 아닌 에드거 앨런 포이니.

 

▶ 포의 소설 《일러바치는 심장》의 내용 및 특징

모든 것은 하나의 심장, ‘일러바치는심장에서 비롯되었다

스티븐 킹이 골딩의 《파리대왕》과 함께 가장 무서워하는 소설로 꼽은 작품이기도 한 <일러바치는 심장>을 표제작으로 한 이유는 ‘문득’ 시리즈에 걸맞은, 작가의 숨겨진, 아니 대부분의 우리가 아직 읽어보지 못했을 작품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이 작품이 포의 소설을 대표하는 두 개의 이름, 즉 공포와 환상이라는 이름과 추리라는 이름을 동시에, 상징적으로, 그리하여 마치 ‘아키타입’ 혹은 ‘원형’처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공포 앞에서 뛰는 죄의식의 심장이 만들어낸 공포와 환상이라는 이름을 이 작품은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죄의식으로 뛰는 심장을 응시하는 추리라는 이름의 뿌리도 가지고 있다. 그렇다. 모든 것은 하나의 심장, ‘일러바치는’ 그 ‘심장’으로부터 비롯되었다.

그렇다! 신경질적이었다. 나는 몹시, 몹시도 끔찍이 신경질적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왜 나를 미쳤다고 할까? 그 병은 내 감각을 파괴하거나 무디게 한 것이 아니라 날카롭게 했다. 무엇보다도 청각이 예민해졌다. 천국과 지상의 온갖 소리가 다 들렸다. 지옥의 많은 소리가 들렸다. 그렇다면 내가 어떻게 미쳤단 말인가? 들어보라! 그리고 내가 얼마나 건강한지-그리고 얼마나 차분히 모든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 살펴보라.

<일러바치는 심장>의 첫 단락이다. 여기에서 ‘신경질적이었다’라는 서술어를 다른 서술어들, 이를테면 ‘공포와 마주쳤다’라거나 ‘우울함에 휩싸였다’라거나 ‘외로움에 붙들렸다’로 바꾼다면, 이 도입부는 포의 ‘공포와 환상’ 계열의 다른 작품들의 서두에 와도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것이 <어셔 가의 몰락>이든 <검은 고양이>이든. 포 작품의 대부분의 주인공들은 이렇듯 ‘도착적’인 사유 또는 시선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대개 파멸이다. 물론 그 전에 어떤 파괴 행위를 자행한다. 그렇다면 ‘추리’는? 이 작품의 끝을 한번 보자.

아니, 아니! 저들은 들었다! 의심하고 있다! 알고 있다! 내 두려움을 비웃고 있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이런 생각 끝에 주인공인 나는 외친다. “더는 숨기지 말아요! 인정할 테니까! 바닥 널빤지를 뜯어요! 여기, 여기! 그 끔찍한 심장 박동 소리라고요!”라고. <도둑맞은 편지>에서 범인이 편지를 아무나 쉽게 찾을 수 있게 둔 것과 닮았다. 너무도 상반되기에 닮았다. 아무도 모를 곳에 두고 하는 자백과 누구나 알 만한 곳에 두고 밝혀지는 것, 이 자백과 밝혀짐은 모두 ‘의심’이라는 응시로 시작해 ‘인정’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포 세계의 두 이름, 공포와 환상, 그리고 추리는 하나의 심장으로부터 출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비록 그 도착점은 전혀 다르더라도 마치 사다리타기처럼, 포의 두 세계는 하나의 판 위에서 출발하고 끝나고 있다. 바로 <일러바치는 심장>에서 말이다.

 

<일러바치는 심장>의 작동법

치밀한 배경 묘사와 그에 조응하는 심리 묘사가 기막히게 어우러지는 포 소설의 백미 중 하나이자 ‘산문으로 쓴 시’라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완벽한 문체를 자랑하는 <어셔가의 몰락>은 <검은 고양이>와 함께 포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다. ‘방계가 없었다는’ ‘아주 특징적인 사실’이, 그 ‘방계의 결핍’이 무엇보다 중요한 모티프인, ‘빠르게 증가한다고 의식할수록 그 속도는 더욱더 빨라질 뿐이라는’ ‘공포를 기반으로 한 모든 감정의 역설적 법칙’을 “무기력하고 비참한 상태로 두려움이라는 음산한 유령과의 싸움 끝에 삶과 이성을 전부 버려야 할 때가 곧 올 거라는 기분”으로 사는 로더릭 어셔라는 인물을 통해 편집증과 망상증을 앓는 나의 파괴 충동과 자기 파괴의 과정을 신경증적인 묘사로 그려낸 <일러바치는 심장>의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지는 작품이기도 하다. 냉철한 문학 이론가이기도 했던 포는 ‘그로테스크’라는 용어를 두 가지 의미로 구분했는데, 하나는 현실의 질서가 파괴된 상태이고, 다른 하나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기괴하고, 음산하고, 환상적이며 충격적인 느낌이나 분위기를 의미했다. 바로 이 두 번째 의미의 그로테스크가 두 작품을 만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소리에 대한 편집증적 집착과 함께 말이다.

<붉은 죽음의 가면>은 ‘오랫동안 이 나라를 유린한’ 치명적이고 끔찍한 역병 ‘붉은 죽음’을 피해 ‘건강하고 낙천적인’ 기사와 숙녀 천 명을 데리고 ‘세상과 격리된 성채 같은 수도원으로 피신한’ 프로스테로 대공이 결국은 ‘붉은 죽음’에 의해 죽게 되는 이야기를 치밀한 배경 묘사와 기묘한 구성을 통해 전하고 있는 작품이다. ‘어마어마하게 큰 흑단 시계’의 종소리를 매개로 점차적으로 증가하는 불안과 긴장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으며, 시계 종소리에 대한, 소리에 대한 또 한 번의 편집증적 집착을 대면할 수 있다.

어떤 말을 더할 필요가 없을 <검은 고양이>는 <일러바치는 심장>과 유사한 스토리를 가졌으며 ‘일러바치는 심장’이 만들어낸, 그 죄의식과 응시가 만들어낸 가장 강렬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애정과 증오라는 인간의 양가적 감정과 공포에 대한, 그리고 편집증적 집착과 이로 인해 만들어진 망상이 동인이 되어 파괴에서 파멸로 이르는 과정에 대한 치밀한 묘사가 압권이다.

<아몬틸라도 술통>은 ‘일러바치는 심장’이 죄의식의 고통을 조금 접고 저지르는 악행에 대한 복수 혹은 징벌을 농담처럼 위트 있게 그린 소극이다. 그 결말은 <일러바치는 심장>이나 <검은 고양이>와 비슷하지만, 그 과정은 잘 짜인 한 편의 범죄극을 보는 것 같은 치밀함이 있으며, 가문의 문장과 좌우명이라는 복선과 암시는 이 짧은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준다.

이 책의 마지막 작품인 <절름발이 개구리>는 ‘농담을 밝히는 왕’과 ‘절름발이 개구리’라는 이름의 난쟁이 광대, 그리고 트리페라라는 난쟁이 소녀에 관한 이야기다. 이 작품에서도 소리, 정확히는 ‘득득 가는 소리’는 아주 중요한 모티프로 작동한다. 이 소리를 기점으로 반전을 이룬 이야기는 ‘여덟 마리 오랑우탄’ 놀이로 이어지고, 사실은 매우 치밀하게 계획된 이 놀이를 통해 붙잡혀온 두 난쟁이가 왕과 왕의 일곱 신하를 ‘득득 가는 소리’와 함께 죽이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아몬틸라토 술통>과 함께 복수 연작으로 불리기도 한다.

<긴 상자>는 말 그대로 ‘긴 상자’에 관한 이야기다. 작품은 화가인 친구가 예약한 3개의 여객선 전용실에 대한 나의 ‘무례하고 터무니없는 추측’으로 시작해 친구 부인과 긴 상자에 대한 오해를 거쳐(여기까지는 긴 상자가 일종의 맥거핀처럼 느껴진다), 친구의 발작, 배의 침몰과 구사일생의 구조로 이어지는 파란만장한 사건을 거친 뒤, 마지막에 와서야 선장의 입을 통해 진실이 드러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진실과 함께 덧붙여지는 나의 ‘신경질적인 웃음소리’에 대한 편집증적 집착은 이 작품 또한 ‘일러바치는 심장’의 작동 결과물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작품은 ‘공포와 환상’에서 ‘추리’로 넘어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다음 작품은 ‘추리’라는 이름의 포의 세계에서 포를 대신한 페르소나 ‘오귀스트 뒤팽’이 등장하는 너무도 유명한 작품이다. 프로이트에게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이 있었듯, 하이데거에게 휠덜린의 <회상>이 있었듯, 레비스트로스와 야콥슨에게 보들레르의 <고양이들>이 있었듯, 르네 지라르에게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가 있었듯, 미셸 푸코에게 보르헤스의 <존 윌킨스의 분석적 언어>가 있었듯, 질 들뢰즈에게 카프카의 <변신>이 있었듯, 자크 라캉에게는 포의 이 작품 <도둑맞은 편지>가 있었다. ‘일러바치는 심장’을 건조하게, 그러나 냉정하고 치밀하게 응시하는 뒤팽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포가 왜 추리소설의 창시자이자 완성자라 불리는지 잘 알 수 있다.

포의 소설에 ‘공포와 환상’과 ‘추리’라는 두 개의 이름만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두 이름 모두와 어울리지 않는, 전혀 다른 이름을 갖는 작품들도 있다. 포의 작품 세계는 충분히 다양하고 그의 목소리는 그 세계에 걸맞게 충분히 다성적이다. <타르 박사와 페더 교수의 치료법>은 환자들의 복장과 행동이 자유로운 ‘진정 치료법’을 실행하는 정신병원에서 주인공 나가 맞게 되는, 정상인과 비정상인을 구분하기 힘든 상황과 ‘뭔가 기묘한 분위기’를 차근차근 세밀하게 서술함으로써 정상과 비정상인의 구분의 모호성을, 그 이성의 한계를 명쾌하게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소규모의 지옥도’로 치달은 뒤 펼쳐지는 마지막 반전은 말 그대로 허를 찌른다. 포, 그리고 기 드 모파상과 함께 세계 3대 단편작가로 평가받는 안톤 체호프의 <6호실>의 모태가 된 작품이기도 하다. 2017년 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스퀘어The Square>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도 한다.

<일주일에 일요일 세 번>은 ‘상상 속에서만’ 케이트와의 결혼에 반대하는 종조부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나, 바비와 “꿈이니 조짐, 온갖 사소한 규칙에 골몰”하면서도 인문학에는 반감을, 자연과학에는 애착을 갖고 있는 ‘괴상한 미신’의 소유자인 럼거전 종조부와의 ‘헛소동’을 그리고 있다. 희곡적 구성으로, 포의 소설 세계에선 드물게 위트가 넘치는 작품으로 숙부이자 양부였던, 자신의 또 다른 성姓의 주인인 ‘앨런’에 대한 포의 자전적 이야기라고도 볼 수 있다.

<구덩이와 추>는 “끔찍한 것을 보게 될까 봐 무서운 게 아니라, 눈에 들어오는 게 아무것도 없을까”가 두려울 정도로 고문을 당한 인물이 느끼는 정신적 공포와 종교재판소의 ‘지하감옥이 가진 죽음의 기괴함’에 대한 묘사가 마치 포 자신이 그런 곳에서 그런 고문을 당해보기라도 한 듯 생생한 긴장과 공포로 전해지는 작품이다. 김남천의 빼어난 단편 <물>과 함께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남영동 대공분실’이 연상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비참한 영광’의 작가에서 새로운 ‘미와 전율’을 창조해낸 작가로

에드거 앨런 포는 문학의 불모지였던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은 작가이다. 보들레르에게는 산문시를, 말라르메에게는 상징시를 창조할 수 있게 했던, 쥘 베른에게는 《해저 2만 리》를, 허먼 멜빌에게는 《모비딕》을, 나보코프에게는 《롤리타》를 쓸 수 있게 했던, 코넌 도일에게는 ‘셜록’을, 모리스 르블랑에게는 ‘루팡’을 선물한, 스티븐 킹이라는 하나의 세계와 레이먼드 카버의 빛나는 단편들의 모태가 된,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에겐 현대 문학 그 자체가 된 작가. 20년의 창작 기간 동안 70여 편의 시, 역시 70여 편의 단편소설, 2편의 장편소설(1편은 미완성), 1편의 희곡, <유레카: 산문시>라는 소위 ‘괴작’을 비롯해 그 외 여러 장르와 여러 편의 글들을 남긴 작가. <까마귀>의 절망과 <애너벨 리>의 희망을 함께 지닌 채 <검은 고양이>의 고딕적 감성의 세계와 ‘뒤팽’이라는 이름의 이성의 세계를 자유롭게 오갔던 ‘영광’의 작가. 그러나 실제 삶에 있어서는 삶과 문학 어느 면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던, 그리하여 취해야만 살 수 있었고 결국 취한 채 죽어야만 했던 ‘비참’하게 삶을 마감해야 했던 작가. “‘모든 것이 끝났다. 에디는 더 이상 없다’라고 묘비에 적어주게. 신이시여, 내 불쌍한 영혼을 돌보소서!”라고 외치며 죽을 수밖에 없었던, 취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취한 채 죽어야만 했던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에드거 앨런 포다.

시대를 초월한 작품에 ‘주례사 비평’을 거부하는 그의 신랄한 비평까지 더해져 당대의 미국에선 최소한의 인정 외엔 받지 못했던 ‘비참’한 작가였지만, 이미 보들레르나 말라르메 같은 유럽의 작가들에겐 일찌감치 ‘영광’을 얻었던, 그리고 한 세기 뒤 결국은 자국에서도 “미국 문학의 새로운 ‘미와 전율’을 창조”해낸 작가로 인정받은 ‘비참한 영광’의 작가 에드거 앨런 포의 세계로 들어올 준비가 되셨는가? 절대로 몰락하지 않을 포가家의 ‘참으로 희한한 호출(<어셔 가의 몰락 중>)’에 응할 준비가 되셨는가?

 

▶ 저자 소개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

1809년, 보스턴에서 포는 태어났다. 아버지는 데이비드 포 주니어, 어머니는 엘리자베스 포. 둘은 순회극단의 배우였다. 배우라는 가면의 삶을 사는 부모를 따라 이곳저곳을 떠돌아야 했던, 정박하지 못하는 삶의 시작이었다. 그마저도 3년이었지만. 포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가족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가 죽고, 세 살 때 어머니마저 사망하자 포는 부유한 상인이었던 숙부 존 앨런에게 입양된다. 그리고 그의 이름은 ‘에드거 앨런 포’가 된다. 하나의 이름, 두 개의 성姓을 가진, 또 다른 삶의 시작이었다.

1826년, 포는 버지니아 대학에 입학한다. 그러나 애인이었던 앨미라 로이스터와의 약혼에 실패하자 도박에 빠져들게 되고, 이로 인해 양부와 멀어졌으며, 결국 1개월 만에 학교도 그만두게 된다. 이후 1830년, 포는 양부의 권유로 웨스트포인트 사관학교에 입학하지만 근무태만과 명령 불복종으로 얼마 안 돼 퇴학당하고, 그 사이 증폭된 갈등으로 양부에게 파양까지 당하고 만다. 이후 고모인 마리아 클렘과 함께 살며 경제적 궁핍으로 고통받던 포는 1833년 〈병 속의 수기〉가 볼티모어 위클리 공모전에 당선되어 주목받기 시작하는 한편, 열세 살이었던 사촌 여동생 버지니아 클렘과 결혼, 그의 생애 중 그리 길지 않은 행복한 시기를 맞게 된다. 대표작인 〈모르그가의 살인사건〉 〈마리 로제 살인사건의 수수께끼〉 〈황금 벌레〉 〈검은 고양이〉 등을 발표한 것도, 그를 ‘전국적인 문제시인’으로 만들어준 시 〈까마귀〉를 발표한 것도, 신랄한 비판으로 문단과 끊임없이 부딪히긴 했지만 활발한 평론 활동을 펼친 것도 바로 이 시기였다. 그러나 10년 남짓한 행복의 시간은 버지니아가 폐결핵에 걸리면서 끝나버리고 만다. 포는 절망 속에서 폭음을 하기 시작하고, 1847년 버지니아가 사망하자 극심한 우울증과 함께 알코올중독에 걸린다. 2년 후, 재기를 꿈꾸며 미망인이 된 앨미라 로이스터와 다시 약혼을 결정, 고모이자 사별한 아내의 어머니인 마리아 클렘을 약혼식에 모시러 가던 중 볼티모어의 한 거리에서 술에 만취된 채 의식불명 상태로 포는 발견된다. 그리고 이튿날, 1849년 10월 7일 새벽, 마흔의 나이로 사망한다.

포는 잠시지만, 부유한 양아버지 덕분에 풍족한 삶을 살았고, 남부럽지 않은 교육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죽음으로 인한 부모와의 분리와 두 개의 성이라는 존재의 분리가 만들어낸 불안을 끝내 벗어날 수는 없었다. ‘단편소설의 창시자’, ‘추리소설의 창시자’, ‘근대 환상문학의 창시자’, ‘공상과학소설의 선구자’, ‘공포소설의 완성자’, ‘풍자소설의 대가’, ‘미국 낭만주의 문학의 대표자’ 그리고 ‘새로운 문학 이론의 정초자’로 평가 혹은 찬양받는 그의 소설이 그 자신의 표현처럼 ‘도착적인 심리’로, 어둠과 우울로, 불안과 신경증으로, 광기와 분열로 점철된 것은 그리하여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보들레르나 말라르메 같은 유럽의 작가들에겐 당대에 이미 그 천재성을 인정받았고, 한 세기 뒤 자국에서도 ‘미국 문학의 새로운 미와 전율을 창조’해낸 작가로 평가받았지만, 정작 자신은 분리의 불안을 떨치기 위해 끊임없이 ‘다른 어떤 곳’을 꿈꾸며 살아야 했던 ‘비참한 영광’의 작가. 그가 에드거 앨런 포다.

옮긴이 박미영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후 KBS 방송아카데미 영상번역작가 과정을 수료한 기획자 겸 번역가. 프리랜서로 일하며 다양한 책을 기획하고 번역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프레셔스》 《셜록의 제자》 《뉴욕 미스터리》(공역) 《밑바닥》 《블랙 머니》 《우리가 추락한 이유》 《누가 죽음을 두려워하는가》 등이 있다.

 

▶ 에드거 앨런 포에 대한 평가

검은 재해(災害)의 벌판에 떨어진 조용한 운석. _스테판 말라르메

여기에 내가 쓰고 싶었던 모든 것들이 있다. _샤를 보들레르

심오하고 너무나 암암리에 박식하다. _발레리

포는 인간 정신의 천장과 음습한 지하 통로를 찾아 가는 탐험가이다. _D. H. 로렌스

유일하게 흠잡을 데 없는 장인. _앙드레 지드

마법 때문이든 운명 때문이든 롤리타는 애너벨에서 비롯되었다. _블라디미르 나보코프

포가 숨결을 불어넣기 전에 추리물은 어디에 존재했는가? _아서 코난 도일

가장 안목 있고 철학적이며 두려움 없는 평론가. _제임스 러셀 로웰

아메리카가 낸 가장 독창적인 천재, 라틴 시인 중 가장 선율적인 카툴루스, 그리고 가장 음조적인 시인 하이네와 비견할 만하다. _알프레드 테니슨

포가 없었다면 우리 시대의 문학은 존재하지도 않거나 아니면 적어도 지금의 문학과는 아주 다른 문학이 되었을 것이다. _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강력하고 완벽하게, 독자를 미지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글(<어셔가의 몰락>)은 포의 다른 작품은 물론, 다른 작가의 글에도 없을 것이다. _마이클 코넬리

짐 톰슨과 존 D, 맥도널드에서 토머스 해리스까지 위대한 범죄 작가들은 대부분 포의 후손들이다. _스티븐 킹

에드가 앨런 포는 미국이 낳은 보헤미안이자 이단아였다. _문태준 시인

그는 21세기에도 23세기에도 영원히 신세대를 대변하며 반항아로 남을 것이다. _하성란

 

▶ 본문 미리 보기

p. 10~11 어셔가의 몰락

그 상상에 너무 사로잡혀 저택과 영지 전체 주위에만 독특한 공기가, 천국의 공기와는 전혀 공통점이 없는 부패한 나무와 잿빛 벽, 그리고 고요한 호수에서 풍기는 탁하고 물컹하며 희미하게 보일 듯한 납빛의 독하고 기묘한 증기가 휘감고 있다고 정말로 믿을 지경이 되고 말았다.

p. 50~51 붉은 죽음의 가면

일곱 번째 방은 검은 벨벳 태피스트리가 천장과 벽을 온통 뒤덮었고, 그 묵직한 천이 같은 소재와 색상의 카펫 위로 드리워져 있었다. 하지만 이 방에서만은 유리창 색이 장식과 맞지 않았다. 유리창은 진홍색이었다-짙은 핏빛. 일곱 개의 방에는 어디에도 램프나 촛대가 없었고, 흘러넘치는 금빛 장신구들이 사방에 흐트러져 있거나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방 안에는 램프나 촛불에서 흘러나오는 빛 또한 일절 없었다. 하지만 방을 따라 있는 회랑에는 각 창문 맞은편에 묵직한 삼지창 모양의 촛대가 놓여 있어 그 불빛이 색 입힌 창문을 통해 방 안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그리하여 다채로우면서도 화려하고 환상적인 모습을 자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서쪽 또는 검은 방에선 핏빛 유리창을 통해 들어와 검은 천에 드리워진 불빛의 효과가 무척이나 끔찍해 보여 그 방에 들어선 이의 얼굴을 무시무시하게 만들어놓았기에 그 주변에 얼씬거릴 만큼 간 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p. 60 구덩이와 추

나는 기절했다. 하지만 그래도 모든 의식을 잃은 것은 아니었다. 남아 있는 그것을 뭐라 정의하거나 설명하진 않겠지만, 아무튼 모두 잃은 것은 아니었다. 깊은 잠에서도- 아니! 착란 속에서도- 아니! 기절한 중에도-아니! 죽음 가운데서도- 아니! 무덤 속에서조차 모두 잃은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 않다면 인간에게 불멸은 없을 것이다. 깊은 단잠에서 깨어나 가는 거미줄 같은 꿈을 걷어냈다.

p. 86 검은 고양이

돌이킬 수 없는 최후의 파멸처럼 비뚤어진 기운이 찾아왔다. 이 기운은 이성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하지만 이 비뚤어짐이야말로 인간 심리의 원시적인 본능이며, 인간의 특성을 규정하는 분리 불가능한 주된 특징, 또는 감정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악의적이거나 어리석은 행동인 줄 알면서도 단지 그래서는 안 된다는 이유만으로 죄를 저질러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이성적인 판단에도 불구하고 그래야만 한다는 것을 이해하기 때문에 도리어 법을 위반하고 싶은 충동이 항시 존재하지 않는가? 이 뒤틀린 심리가 내 최후의 몰락을 불러왔다. 스스로를 괴롭히려는- 그 본성에 폭력을 내주고자 하는- 그저 잘못이기에 저지르고 싶어 하는- 이 알지 못할 충동이 덤벼들지도 않는 짐승에게 내가 가했던 부상을 결국 마무리 짓게 했다. 어느 날 아침, 멀쩡한 정신으로 나는 고양이의 목에 올가미를 걸어 나무에 매달았다.

p. 182~183 타르 박사와 페더 교수의 치료법

아까 식탁에 뛰어오르려다가 가까스로 제지당한 신사가 병과 잔이 널린 식탁 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자리를 잡자마자 그는 연설을 시작했다. 제대로 들을 수만 있었다면 틀림없이 훌륭한 연설이었을 것이다. 동시에 팽이를 애호하는 남자가 양팔을 옆으로 쭉 뻗은 채 방 안을 엄청난 기운으로 빙빙 돌아다녔다. 그는 딱 팽이 같았고, 사실 자기 앞에 걸리적거리는 사람들을 전부 넘어뜨렸다. 그리고 이제 샴페인이 퐁 터지고 슈우우욱 하는 소리가 나기에 보니, 식사 중에 그 샴페인 병을 연기했던 사람에게서 나는 것이었다. 그리고 또 개구리 남자는 본인이 내는 음 하나하나에 영혼의 구원이 달려 있기라도 한 것처럼 개굴거렸다. 그리고 이 모든 난장판 한가운데에 당나귀 울음소리가 모든 소리 위로 계속해서 울려 퍼졌다. 나이 든 주와유즈 부인은 그야말로 혼란스러워하는 기색이었고, 그 불쌍한 여성을 위해 울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녀는 곧 벽난로 구석에 서서 목청껏 “꼬끼오- 꼬꼬꼬!” 하고 연신 울어댔다.

p. 185~186 아몬틸라도 술통

포르투나토가 내게 가한 수많은 상처를 나는 참고 또 참았다. 하지만 그가 감히 나를 모욕했을 때 나는 복수를 하기로 다짐했다. 그러나 나란 사람의 본질을 익히 아는 사람이라면, 내가 협박을 입 밖에 내리라고는 생각지 않을 것이다. 마침내 복수의 때가 왔다. 이건 확실히 결정한 부분이었으나, 단호하게 결심한 만큼 내게 미칠 위험은 배제해야 했다. 징벌을 내리되 나는 처벌받지 않는 징벌이어야 했다. 징벌이 그 복수자를 덮쳐온다면 악행은 징벌 되지 않은 것이다. 또한 악행을 저지른 자에게 복수자가 느꼈던 것과 같은 감정을 느끼게 하지 못한다면 그 역시 징벌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다.

 

▶ 차례

어셔가의 몰락

일주일에 일요일 세 번

붉은 죽음의 가면

구덩이와 추

검은 고양이

일러바치는 심장

도둑맞은 편지

긴 상자

타르 박사와 페더 교수의 치료법

아몬틸라도 술통

절름발이 개구리

'친구출판사의 새 책 > 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굿바이, 마치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0) 2019.10.10
일러바치는 심장  (0) 2019.07.31
마냥, 슬슬  (0) 2019.07.08
사계  (0) 2019.06.20
진매퍼/에디토리얼  (1) 2019.01.23
이상의소설/스피리투스  (0) 2019.01.23
절대돌아올 수 없는 것들/파시클  (0) 2019.01.21